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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하우스
20251007 부부하이킹 #33 지리산종주(성삼재-연하천) feat. 백병열집사님 본문

박아빠와 김엄마는
그간의 등산 경력을 토대로
2025년 추석 연휴,
지리산 종주에 나서기로 했어요.
그리고 백병열 집사님이
합류 했어요.
추석 구례행 버스를 예약하고
기차표 예매에 나섰어요.
기차 예약 과정은...

1. 예매 시작 시간 7:00
2. 6:58부터 대기
3. 6:59부터 계속 클릭
4. 7:00 대기 접수 번호 3900번대 접속
5. 숫자 줄어드는 거 확인하다 잔여표 조회 클릭
6. 닫기 버튼 누르지 않고 뒤로가기 누름.
7. 대기화면에서 홈페이지로 빠져나옴. 아뿔사…
8. 다시 11700번대 대기… 아씨
9. 계속 기다림.
10. 세수하는데 핸드폰 화면 꺼짐.
11. 신호불량으로 접속 차단… 학씨

12. 다시 들어가니 13000번대 대기
13. 중간에 다시 접속 불량
14. 16000번대 대기
15. 갑자기 1초에 2-300명씩 빠짐.
16. 아마 표가 다 팔린 거 같음.
17. 그래도 버팀.
18. 드디어 접속됨.
19. 웹페이지 접속되며 회원번호랑 비번 넣으라고 함.
20. 암호 저장과 앱 뒤져 회원번호와 암호 넣으니 틀린 비번... 정말…
21. 오기가 생겨 컴퓨터 앞에 앉음.
22. 비번 재설정 후 드디어 접속 성공함.
23. 조회한 날짜에 표가 없음.
상쾌한 아침이에요 TT

한 달 전부터
지리산 종주 준비에 들어가요.
어느 누가 알려준 적도 없고
처음 해보는 종주산행이라
여기저기서 정보 구하고
필요한 것 하나씩 구매해요.
먼저 식량이에요.
발열 도시락을 샀더니
조리 후 남은 발열팩 때문에
쓰레기가 생겨서
핫앤쿡은 탈락이에요.

물 끓일 냄비를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했어요.
제가 구입할 때
용량을 착각했는지
큰 냄비가 600mL짜리로 왔어요.
세 사람 물 끓일 양이 안되어
김엄마와 둘만의 백패킹에 쓰기로 하고
백마 코펠을 하나 더 샀어요.

그리고 낭만 커피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버너는
Soto Windmaster로 구하고,
프렌치 프레스를 위한 커피 용기는
알리발 티타늄 냄비로 구입했어요.
그렇게
국산 백마 코펠에,
일제 버너와
중국제 커피 메이커 조합,
삼국 동맹이 완성되었어요.

핫앤쿡 발열 도시락 대신
바로 물만 넣어서 먹을 수 있는
전투 식량을 다시 구입했어요.
그리고
단백질바와 육포,
바나나칩과 다이제 등
산악 식량 구비가 끝났어요.

출발 전날
박아빠 백팩 무게는 10.6kg,
식량을 추가로 넣었으니
아마 11kg을 넘었을 것 같아요.
김엄마 백팩은 5.9kg,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어요.

출발 당일이에요.
양재동 남부터미널에서
구례 가는 버스가 있어요.
터미널까지 이윤휘 권사님이
데려다 주셨어요.
처남은 화이팅하라며
전날 가족 모임 때
커피를 사다 주었어요.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했지만
구례까지 내려오는 길은
긴 추석 연휴에도 불구하고
제법 막혔어요.
구례 시내는 추석 명절인데다
오후 7시 30분 넘어가면서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어요.
숙소까지 가는 길,
우연히 발견한 순대국밥으로
출발 전날 끼니를 떼워요.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
아침은 무인 커피 매장에서 산
커피와 호두과자에요.
전날 터미널에서 만났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성삼재 휴계소까지
저희들을 데려다 주었어요.

성삼재 휴계소에
도착했어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요.

백집사님은
편의점에서 5천원 짜리
제법 비싼 우비를
하나 구입하셨어요.
비싼만큼 값을 한다고
2박 3일의 우중 산행 동안
찢어지지 않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어요.

구름이 자욱했다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도 하는
오락가락 날씨에요.
산장도 예약했고
배낭도 샀고
버스표도 예매했고
식량도 구비했으니
무조건 출발이에요.

최종병기 활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비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뚫고 가는 것이에요.
지난 5월,
미국 아울렛 매장에서 산
김엄마의 아크테릭스 베타 AR이
드디어 선을 보였어요.

백집사님은
이번 여정을 앞두고
캠프라인 고어텍스 신발을 하나
당근에서 사셨어요.
별로 사용하지 않은,
오랜 기간 신발장에 방치되어 있던,
새삥이지만 우레탄에 경화가 일어나
방수임에도 방수가 안 될 우려의 신발이에요.
만일을 대비해
비닐로 신발을 감쌌어요.

박아빠도
아래 위로 비옷을
입었어요.
물 안 새고
비 안 맞아 좋아요.
그치만 땀 범벅이에요.

방수 자켓은
안감과 겉감 사이에
방수 필름이 들어가고
바늘질 자리를 따라
내부에 방수 테이프를 붙여요.
제일 잘 알려진 필름이 고어텍스이고
예전에는 PTFE를 늘려 사용했는데
혈관 수술에서 인조혈관에
쓰이는 재료이기도 해요.

PTFE를 늘리면
작은 구멍들이 생겨요.
이 구멍을 따라
물 방울 입자는 들어오지 못하고
몸에서 땀이 증발한 수증기는
통과하는 원리에요.
그래서 방수자켓은
빗방울을 막는 정도도 표시하지만
땀 수증기가 필름을 통과해
나가는 정도도 표시해요.
김엄마나 박아빠 옷은 모두
방수력 좋고 투습력 뛰어나지만
현재와 같이 습도 높고
땀 빡세게 나는 컨디션에서는
옷 안이 땀으로 젖는건 피할 수 없어요.

고어텍스와
방수 자켓을 공부하는 사이
어느덧 노고단에 도착했어요. ㅎㅎ
노고단은
넓은 고원지대에요.
노고는 늙은 할머니라는 뜻으로
신라시대 때부터 제사 지내던
제단이 있다고 해요.
(출처: 위키백과)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
김엄마가 레지던트 1년 차 때
휴가를 맞아
요 아래 한화콘도에 머물며
노고단까지 등산을 했더랬어요.
둘 다 고생 무지하며 올랐는데
역시나 오늘처럼 곰탕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힘들어 누워있었더니
바람에 구름이 걷히며
멋진 풍경이 펼쳐졌어요.

노고운해가
지리산 10경 중 하나라는데
오늘은 그냥 아무 것도 안보여요.

그나마 단풍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곰 경고문도 있어요.
요즘 일본이 곰 때문에
난리도 아니라는데
일본도 우리처럼
멸종한 곰 되살린다고
한두 마리씩 풀어놓던 것이
올해 10명 이상이
곰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요.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록키에서 트레킹을 할 때에는
반드시 삼삼오오 몰려다니고
베어 스프레이를 지참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도 옆나라 이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일본알프스 등산은 포기하는 것으로,
그리고 반달곰이 퍼져나가기 전에
빨리 빨리 국내 등산을 마치는 것으로
인생 계획을 수정하기로 해요.

지금은 반달곰이 문제가 아니라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내부의 땀과
미끄러운 등산로와
무거운 백팩이
현실로 다가와요.

그래도 김엄마,
씩씩하게 해내고 있어요.

역시나 이기적인 셀피,
주변인은 모두 아웃포커싱하는
백집사님의 사진술입니다.
ㅋㅋㅋ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가 나뉘는
삼도봉이에요.
비도 좀 멎어
잠시 쉬면서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성삼재 휴계소가
1000-1100m의 고도라 하니
4-500m 고도를 높였어요.
비가 와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투구꽃(𝐴𝑐𝑜𝑛𝑖𝑡𝑢𝑚 𝑗𝑎𝑙𝑢𝑒𝑛𝑠𝑒)이라고
구글렌즈가 알려주었어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로
꽃의 모양이 옛날 장수들 투구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여졌대요.
식물 전체, 특히 뿌리에
과거 사약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독한
맹독성분(aconitine)이 있다고 하고
절대 만지거나 먹으면 안된다고
지리산종주를 다 끝내고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
치명적인 정보를 취득하고 있어요. 헐~

그래서 등산 중 가급적
아무거나 만지지 않는 걸로,
가능하면 등산로
벗어나지 않는 걸로,
그리고 반드시
여러 사람 함께
등산하는 걸로 해요.

비가 잦아들었어요.
바지는 등산로가 진창이라
비옷을 입은 상태로,
자켓은 벗어 땀을 식히며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가고 있어요.

이제 이 계단만 내려가면
오늘의 목적지,
연하천 대피소에요.

아침 7:30 성삼재 출발,
오후 2:30 연하천 도착이에요.
13km의 거리,
7시간의 산행으로
첫 날 여정을 마무리해요.

오~ 모두
수고 많았어요.
백집사님은 사실 과거
안 가본데 없는
저희 중 최고의 산악인이에요.
좀 더 젊고 빠릿한 저희가
여행의 전반적인 계획을 맡고,
그동안의 산악 경험을 토대로
초보 같은 저희를 이끌어
이렇게 종주 첫날 산행을
무사히 마치도록 안내해 주셨어요.

백집사님은
여러 산행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종주를 못했는데
이윤휘 권사님은 나이가 들며
종주 산행은 못한다 하셨고
그렇게 지리산 종주는 물건너 가나 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겂없는 후배들이
앞뒤 안가리고 종주산행을 목표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가니
이 기회다 싶어 합류하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첫날의 기쁨을
온화한 미소로 발산하고 계세요.

여기 겁대가리 없는,
하나님 보시기에
안도와주면 대책없는,
박아빠와 김엄마도
첫날의 안전한 산행을
즐거워하고 있어요.
그동안 보면,
김엄마가 계획하고,
박아빠가 실행하고,
박아빠가 짜증내고,
그러다 욕바가지로 먹고,
그렇게 지난 28년 동안 저희 부부는
우당탕탕 인생을 살아왔어요.

최근들어
점심 이후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어찌 여기서 커피 한 잔
원샷 때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드립이 나을지,
커피 믹스가 나을지,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
프렌치 프레스 기법으로
커피를 내려먹기로 하고는
황창수 집사님께 원두 기증을 받았어요.
산에서 이정도면
아주 훌륭한 맛이에요.

나방인지 벌인지가
모자와 옷에서 나는
땀내를 맡고 찾아왔어요.
구수한 냄새가 나고 있어요.

드디어 하늘이
맑아졌어요.
잠시 잠깐이지만
산행 후 테이블에서
하루를 회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요.

젖은 옷과 방수 커버를
말리고 있어요.
저 아래 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은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인 부자 관계에요.
멀쩡한 눈으로도
예까지 오기 힘들었는데
빗길에 어떻게
아버지를 안내하면서 무사히 오셨는지
아버지의 용기와 아들의 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보통 지리산 종주는
1박2일로 많이들 하고,
그래서 세석 대피소나
장터목 대피소에서 숙박을 한다고 해요.
더욱이 연하천 휴계소는
화장실이 푸세식이라
찾는 사람이 적고
그래서 매우 평화로운 저녁과
밤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박아빠는
사람 적다고 약수터에서
백병열 집사님에 이어
머리를 감다
그만 직원에게 들켜
야단을 맞았어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담부터 안그럴게요 TT
역시 인생은 뭐다?
타이밍~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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