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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하우스
2020.05.28. 제6의 고양이(2019.09) 본문
(2020.05.28. 작성글)
강순이가 주니하우스에
처음 온 것은
2019년 9월이었어요.
거의 노아만큼이나
나이가 많은 강순이는,
슬픈 사연을 지닌 고양이에요.
강순이 엄마는
아깽이였던 강순이를
7년간 정성을 다해
키워왔는데요,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강순이에게
슬픔이 닥친 것은
2년 전이었어요.
강순이 엄마가
아이를 낳았는데요,
세상이 너무 좋아서
엄마 뱃속을 빨리 박차고 나온
미숙아였던 모양이에요.
호흡이 어려웠던 아이를 데리고
병원 입퇴원을 반복해야하고
재활에 힘을 써야하다보니
강순이랑 아이 둘을 돌보기가
너무 버거웠던 모양이에요.
강순이 엄마는
어린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
잠시
아주 잠시만 강순이를
고양이 호텔에 맡기기로 했어요.
그렇게 맡겨진 강순이는
2년 동안
엄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엄마는
호텔로 자주 찾아왔고
항상 강순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어요.
결국 강순이에게는
고양이 호텔의 사장님이
새엄마가 되어버린 거에요.
그러나 용감한 우리 강순이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했어요.
사실 강순이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곳에서 지내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지내느냐에요.
강순이는 집사는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싫어하는데요,
고양이 호텔에서도
그 정도가 심해
합사하지 않고 2년간
사장실에서
따로 지냈다고 해요.
사장님이 출근하면
하루종일 엄마와 붙어있고
사장님이 퇴근하면
불이 꺼진 작은 사무실에서
다음날 엄마가 올 때까지
긴긴 밤을 외로이
지내야 했어요.
그러다 사장님이
가게를 정리하면서
다시 강순이가
오갈데 없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입양처를 찾았지만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지 못하는
나이 많은 중년 고양이가
갈 곳은 없었어요.
결국 사장님은
입양처가 나타날 때까지
잠시 맡아달라며
뮤패밀리를 입양한
김엄마에게 부탁을 했어요.
다행히 강순이는
긴 여행,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도
주니하웃에 잘 정착을 했고
박아빠와 김엄마에게 찰싹 붙어
외로움을 달래며
여기저기 탐험을 하고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박아빠와 김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눈을 부비며
강순이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기 전
30분 정도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으로
강순이의 허기를
달래주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게 강순이가
주니하우스에 적응해가던 중
노아부터 시작해
슈가와 뮬란이와 쿠키까지
떡실신이 되도록
얻어맞는 일이 생겼어요.
다른 냐옹이들은 싸울 때
괴성을 지르거나
꼬리를 부풀려 세우거나
앞발을 들고 두 발로 서
경고를 하는데
강순이는 그런 거 없어요.
발견하는 즉시
그대로 돌격해
비오는 날 먼지 풀풀날릴 정도로
개박살을 내버려요.
노아를 폭핼할 때
말리던 박아빠의
청바지까지 뚫어
발에 깊은 상처도 냈구요,
평화주의자 슈가는
뽀뽀하다 낭패를 당했구요,
한 덩치 하는 쿠키는
강순이에게 얻어터지며
곳곳에 쉬야를 묻혀놓았고,
넉살 좋은 뮬란이도
얻어터진 후
심신의 안정을 찾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 강순이는 그렇게,
주니하우스의
깡패순이가 되어버렸어요.
자기 스스로 격리가 되어
하루종일
박아빠와 김엄마의
손길만을 기다리며
방문 너머로 울어대던 강순이.
그에게 단짝이 나타났으니
12월 방학 이후
코로나로 기숙사가 폐쇄되어
집에서 인터넷 수업을
받게된 똘냥이였어요.
영혼의 단짝이 된 둘은
욕창이 생길 정도로 침대에 붙어
서로에게 몸을 맡기며
지난 5개월의 시간을
보내왔어요.
위의 사진은
강순이가 좋아하는
Crispy Kiss에요.
한국에서 파는 것이 비싸
아마존 재팬에서 직구했는데
검역에서 우지가 섞여있다며
폐기처분되고 말았어요.
공식 수입처는
제조사에서 서류를 구비해
통관이 된다고 하는데요,
동일한 제품인데도
그런 절차를 밟기 어려운
개인의 구입은
통관이 안된다고 안내를 받았어요.
흑흑~
처음에는
공격적인 강순이가
방에 갖혀있는 것이 불쌍해,
다른 입양처를 수소문했었는데
방학 이후 똘냥이가
다른 집으로의 입양을 반대해
결국 강순이는
주니하우스
여섯번째 냥이가 되었어요.
개학해
똘냥이가 떠나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아
똘냥이는 휴학을
결정해 버렸어요.
기구한 묘생을 살아온 강순이,
똘냥이가 있는 동안
심신의 안정을 찾아
행복 만땅의 삶을 살게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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