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하우스

2025.08.23. 박수수 본문

Juni's Eleven

2025.08.23. 박수수

박아ㅃA 2025. 10. 16. 22:21

2020.09. 수수

도도가 주니하우스에 온 것은
2020년 늦겨울,
아니면 초봄이었던 것 같아요.
 
길냥이 주제에
두 번이나 임신을 하고
주니하우스에서
떡하니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아
네 마리를 박아빠와 김엄마에게
안겨 주었어요.
 
그리고 우리 수수는
그 중 막내였어요.

2020.09. 수수(좌)와 두두(우)

2020년 가을,
주니하우스는 이사하고 12년 만에
꽃단장에 들어갔는데요,
거주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터에
방 2개에 여섯 마리 냥이와
박아빠, 김엄마, 그리고 빤쭈니가
나누어 살아야 했고,
결국 도도와 도동이들은
캣 호텔로 잠시 이사가야만 했어요.

2020.09. 수수

이녀석들 호텔에서 여러 사고를 쳤어요.
 
물 그릇 뒤엎는 건 애교고
카메라까지 뜯어 먹고
비싼 호텔비에다 추가 요금까지
아낌없이 박아빠, 김엄마 지갑을
털어갔어요.

2020.11. 수수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수확의 계절,
수수의 땅콩을 거두어 들여야하는
시기가 도래했어요.
 
중성화 수술의
최고 진상고객은
초대 고양이 노아에요.
 
박아빠, 김엄마는 노아 수술 후
진짜 무슨 큰 일 난 줄 알았어요.
 
그러나 도동이들은 그 성격 그대로
무던하게 수술 후 회복기를 지냈고
넥칼라에 전혀 방해받지 않고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곤 했어요.

2021.01. 수수

코로나 시작과 함께
주니하우스에 온 도동이들은
서로 사이 좋지 않은 
여섯 마리 냥이들과 함께 살던
박아빠와 김엄마에게는 큰 부담이었고,
그래서 입양을 진행했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어느 누구도 데려가지 않았어요.
 
그렇게 주니하우스에 남게 된 도동이들,
그러나 박아빠, 김엄마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막내들이었고
 찐 막낸 수수는 애교 만땅 냥이였어요.

2021.03. 도도 패밀리

겁이 많은 고냥이들이
자기 뒤를 맡기는 것은
대단한 신뢰의 표현이라는데
도동이들은 항상 
김엄마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앉아 애정을 표현해요.
 
그 중 막낸 수수는
항상 김엄마에게 등을 기대고 누워요.

2021.03. 수수

그렇게 쓰담을 받다가
김엄마가 딴 냥이들을 쓰담듬으려
손을 거두면
고개를 뒤로 젖혀
'지금 뭐하는 거임?'
이런 표정으로 빤히 쳐다봐요.

2020.06. 수수

그러고보니 수수는
태어나고 얼마 안되어서도
이렇게 고개를 뒤로 발라당 제끼고
저희를 바라보곤 했어요.
 
수수의 시그니쳐 포증 중
하나에요.

2021.04. 도도 패밀리

간식 그릇 소리를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것도
막내 수수에요.
 
몸매와 어울리지 않는
카운터 테너 소리로
울어제끼다보면
모든 냥이들이
부엌 문 앞으로 모여들어요.

2021.04. 수수(좌), 무무(중), 두두(우)

수수와 무무와 두두에요.
 
박아빠와 김엄마 모두
너무 바쁘고
항상 집을 비우다보니
식사 때에 맞춰
냥이들 밥을 준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에요.
 
그래서 주니스 일레븐은
대부분 뚱냥이들이에요.

2021.07. 수수

집에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주니하우스 뚱냥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출구를 아주 분명하게 막고 있어
주니하우스는 늘
정화되지 않은
똥가루와 털래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어요.

2021.10. 수수

앞으로 나란히 자세는
수수의 또 다른 
시그니처 포즈에요.
 
사실 몸매에 가려져서 그렇지
도동이들은 모두
엄마 도도의 영향으로
늘씬한 팔다리를 갖고 있어요.

2023.07. 수수

심지어 앞다리를
쭈욱 내밀 수 없는 상황에서
한쪽 팔만이라도
앞으로 나란히를 하는
우리 수수 되겠어요.

2021.11. 수수(좌상), 도도(우상), 무무(중), 루루(좌하)

지금은 방을 옮겼지만
도동이들은 모두
박아빠 서재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캣타워를 사랑했어요.
 
자유로운 영혼,
두두만 빼고
항상 네 마리 냥이들은
여기저기 뭉쳐 다녔어요.

2022.04. 수수

주니하우스의 몬스테라는
과거 쿠앤크로부터
도동이들에 이르기까지
오랜 수난의 역사를 겪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싹을 내고 줄기를 키워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사실 몬스테라 킬러는
두두인데요,
수수가 그만
범죄 현장에서
사진이 찍히고 말았어요.

2022.04. 수수

과격한 두두와
소심한 수수,
용감한 두 형제에요.

2022.06. 수수

문학 아줌씨 김엄마는
책을 사랑하지만
바쁜 일상과 냥이들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런 김엄마에게
책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친히 보여주고 있는
우리 수수에요.

2022.11. 도도 패밀리

이녀석들 진짜 닮았지요?

2023.07. 수수

그러나 한 덩치하는 수수는
사실 제일 겁많은 냥이에요.

벨 소리가 나고
손님이 집에 오면
두두는 항상 거실장 뒤에 숨어
손님이 갈 때까지 
나오지 않곤 했어요.

2023.10. 수수

삼각 스크레처를
발톱 다듬기에 쓰지 않고
의자로 사용하는 유일냥이,
수수 되시겠어요.

2024.12. 수수

오줌이 묻은 저 배변 패드는
여기저기 싸질러대는
쿠키 때문에 
장이나 소파나 이불을 보호하기 위한
박아빠와 김엄마의 궁여지책이에요.
 
그런데 가끔
노아나 수수가
냄새나는 저 패드 앞에서
꼬린내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요.
 
이상한 냥이들이에요.

2024.12. 도도 패밀리

김엄마가 등장하면
도도 패밀리들은
김엄마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부채를 만들어요.
 
좌로부터
두두, 수수, 도도, 루루,
그리고 무무에요.
 
무무는 털을 하도 뽑아
넥카라를 씌워놨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요.

2024.08. 슈가(좌)와 수수(우)

미국 알라바마 시골 출신
우리 슈가는
과거 멍아들하고 같이 자랐는지
밥 달라 절대 울지 않고
항상 밥 주는 곳에 가서
멍아처럼 얌전히
밥 줄때까지 차렷 자세로 기다려요.
 
그리그 그 주변에는
슈가 줄 때 떨어지는
사료를 받아먹으려는
하이애나들이 항상 모여 있어요.

2025.04. 도도(좌)와 수수(우)

2025년 3월,
드디어 도동이들 방을
박아빠 서재에서
2층 방으로 옮겨줬어요.
 
박아빠는 혼자서
저 큰 책장들과
옷장과 이불장을
사고내지 않고 옮겼어요.

2025.04. 도도 패밀리

책장 위로의 도망은
수수만 하던 짓이었는데
2층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이제는 모든 냥이들이 
책장 위로 아주 쉽게 올라가
자기 몸을 숨겨요.
 
그나저나 저 몸뚱아리가
숨는다고 가려질 몸인가요?

2025.05. 수수

김엄마는 방을 옮긴
도동이들을 위해
종이로 만든
벌집 모양 캣타워를
구매해 주었어요.
 
역시나 소심한 호기심쟁이
수수가 제일 먼저 탐험에 나서
냥집사 김엄마를
기쁘게 해주었어요.

2025.04. 뮬란(좌)과 크림이(우)

원래 2층방은
뮤팸들의 전용 공간이었어요.

2025.05. 수수

그러다
강순이의 미국행을 앞두고
박아빠, 김엄마가 미국에 가있는 동안
뮤팸과 도동 패밀리 모두에게
좀 더 넉넉한 공간을 주기 위해서
안방과 서재는 뮤팸에게,
마루와 2층 방은 도도 패밀리에게
주기로 하고는
적응 기간을 고려해
미국 가기 한 달 전
전격적으로 방을 바꾸어 주었는데
착한 도도 패밀리들은
바뀐 환경에 너무 잘 적응해 주었어요.

2025.08. 아침가리계곡

그리고 박아빠와 김엄마는
강순이를 데리고 미국에 잘 다녀왔고
박아빠는 뿌리산악회와 함께
아침가리계곡도 잘 다녀왔어요.
 
그러나 김엄마는
아침가리를 가기 1주 전부터
심한 감기에 걸려
그만 함께 가지 못했었지요.

2025.08. 수수

그리고 박아빠가
아침가리계곡에 간다고
새벽부터 자리를 비운
2025년 8월 23일에
우리 수수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크림이가 도동이들을
몹시 괴롭히기 때문에
밤에는 항상 
도동이방 문을 닫아줘요.
 
아침에 방 문을 열어준 김엄마가
도동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방에 들어갔다가
우리 수수의 싸늘한 몸을 발견했어요.

2025.08. 수수

박아빠가 강원도 인제에서
교회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
김엄마는 차갑게 식은 수수를 안고
많은 눈물을 흘렸더랬어요.
 
그리고 박아빠에게는
어떤 연락도 하지 않고
집에 돌아오기만 기다렸어요.
 
수수를 위한 꽃다발을 만들며
김엄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을 거에요.

2025.08. 수수

21그램 장례식장은
2024년 가을,
주니하우스 대장,
노아가 많이 아플 때
이별을 생각하고 알아보았던
애완동물 장례식장이에요.
 
그런데 우리 막내 수수가
제일 먼저 이곳에 왔어요.

2025.08. 수수

박아빠는
병원에서 만나는
수많은 임종 환자들을 보며
환자와 가족의 아픔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박아빠를 향해
하나님이 이별의 아픔을 
알게하시려 하신 걸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왜 수수가 제일 먼저 가야했을지
그 누가 알 수 있겠어요?

2025.08. 수수

박아빠와 김엄마를
무척 좋아하는 도도 패밀리,
그중에서도 항상 
몸을 밀착하며 애정을 표시했던 
우리 수수는
한번도 박아빠, 김엄마 침대에서
잠도 자보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그리고 이제 2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우리 수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2024.10. 수수

박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수수 사진이에요.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노아랑 슈가,
그리고 뮤팸 모두,
시간이 흘러 순서대로 하나둘,
박아빠와 김엄마 곁을 떠나게 될 때
그때까지 도도 패밀리들은
건강하게 살아남아
엄빠빠 침대에서 같이 지내고
노아와 슈가처럼
캠핑카 타고 같이 여행도 다니는
그런 시절이 있었으면 하는 거에요.
 
짧은 5년의 시간이지만,
박아빠와 김엄마 곁에서
넘치는 사랑과 추억을 준 우리 수수야,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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