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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하우스
2001 육아일기 (10) 본문

(www.junihouse.net에 2008년 10월 올림)
2001년 7월 20일
주니는 이제 제법 키도 커지고 움직임도 활발해져서 자면서 요 위를 마구 돌아다닌다. 침대에 가로로 눕혀 놓았더니 아래로 쑥 내려와서는 발이 침대 밖까지 나와있다. 전에는 좀 움직여도 키가 작아 밖으로 나온 일은 없었는데 이제 키가 꽤 커진데다 전보다 몸을 쭉 뻗고 잔다. 그래서 오늘부터 주니 침대의 난간을 다 올려놓기로 했다. 그동안은 안고 눕히기에 편해서 난간 하나는 아래로 내려놓았었는데 이제는 잘못하다간 떨어질 것 같다. 요즘은 곧잘 이불도 다 걷어차곤 한다. 주니가 자고 있으면 오며가며 이불을 덮어 주는 게 일이다. 어찌 되었건 이렇게 순조롭게 잘 자라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더구나 엄마가 키워주셔야 하는데 자주 아프거나 건강하지 못하면 딸에게도 엄마에게도 너무 미안할 뻔 했는데 저렇게 건강해서 정말 다행이다. 한 가지 걱정은 내가 집에 있으면서 조금만 울면 바로 안아줬더니 이 녀석이 안기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자꾸 안아달라고 보채는 일이다. 엄마 혼자 아기 보시려면 힘드실 텐데... 졸릴 때 혼자 잠드는 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오늘부터라도 혼자 놀도록 해봐야겠다.
2001년 7월 21일
이제 휴가가 4일 남았다. 친정에 와 있던 짐도 옮겨야 하고 미장원도 다녀와야 하고 이것저것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는 내가 출근하기 전 볼 일을 보셔야 해서 요즘은 우리 모녀가 schedule을 짜서 외출을 하고 있다. 거의 한 달간 꼼짝 않고 집에 있다가 밖에 돌아다니려니 조금만 다녀도 피곤하다. 서서히 적응해서 근무할 때 지장이 없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우리 주니도 엄마의 출근 준비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가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주니를 다루시고 또 엄마와 아빠가 손녀를 너무 예뻐하시지만 그래도 아기를 맡기고 나가려니 엄마한테도 딸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주니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따르고 말 잘 듣는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할머니만 좋아하고 엄마, 아빠를 몰라볼까봐 걱정도 되지만 일단은 할머니와 친해져야 한다. 나도 직장 때문에 피곤해도 최대한 주니와 시간을 보내야겠다. 주말에는 가능하면 데리고 자기도 하고... 남편과도 schedule을 잘 맞춰야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지만 기도하면서 정말 지혜롭게 시간을 관리해야겠다. 재정 문제 역시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고 또 우리 생활이 너무 쪼들리지 않도록 재정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절약해야 하고... 앞으로 주니가 자라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도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데...
주니를 공주같이 키우거나 과잉보호 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니 안에 주신 달란트를 충분히 계발하도록 돕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사명이다. 물론 하나님이 그런 재능을 주니에게 주셨다면 우리 부부에게도 그것을 섬길 수 있는 물질을 주시겠지만 하나님이 주신 물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니까 참 지혜와 절제가 필요한 것 같다. 주니야, 엄마와 아빠는 주니에게 최선의 것을 주고 싶단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더욱더 사랑을 줄게. 사랑한다, 나의 딸.
2001년 7월 22일
오늘은 주니에게 아빠가 오는 날. 주니의 condition이 좋아지는 날이다. 출산 후 처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남편이 수고했다면 목걸이와 귀걸이를 사주겠다고 해 쇼핑을 하고 저녁 늦게야 주니를 볼 수 있었다. 주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잘 놀고 있었다. 자고 있는 아이를 잠깐 보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은 이 육아일기를 가져와서 읽으면서 계속 킬킬거리고 있다. 나중에 홈페이지에 다 올려주겠단다. 처음에 육아일기를 쓰라고 남편이 이 노트를 사다 주었을 때만 해도 과연 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어쨌건 주니의 첫 한 달 만큼은 잘 기록으로 남았다. 나중에 주니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주니의 앨범도 빨리 사서 정리해줘야겠다.
2001년 7월 23일
주니는 조금씩 조금씩 자라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게 또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하나님은 주니를 키우고 계신다. 며칠 전부터는 음악 소리에 반응을 보이고 모빌을 보고 놀기 시작했다.
밤에도 세 번씩 우유를 먹던 것이 이제 두 번만 먹고 3~4 시간씩 푹 자게 되었고, 우유도 80cc는 이제 거뜬히 먹는다. 다음 주 경에는 100cc씩 먹여도 될 것 같다. 토하는 것은 눈에 띄게 줄어서 조금씩 게우는 것 외에는 거의 토하지 않는다. 트림도 이제 혼자서 제법 잘 한다. 낮에 깨어 있는 시간도 제법 길어져서 목욕하는 시간까지 6~7시간은 깨서 보낸다. 먹으면서 잠드는 버릇만 좀 고치면 좋을텐데...
이제 모레면 출근해야 하는데 그전에 아이가 저렇게 자라고 건강해져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옷도 작아져 배넷저고리는 그만 입기로 했다. 주니야 계속 지금처럼 건강히 예쁘게 자라거라. 엄마는 너만 보면 세상이 다 내 것처럼 행복하단다. 고맙다 아가야. 엄마에게 이런 행복을 줘서...
the end.
이제 주니는 초등학교 1학년, 여덟살이다. 그리고 서툴기만 했던 초보 엄마도 여덟살짜리 프로 엄마가 되었다. 주니가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며, 또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 신기하지만 주니 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아빠와 딸의 아침을 준비하고, 등교를 시키며, 또 저녁마다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놀랍기만 하다. 주니는 엄마가 해 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단다. 엄마가 싸준 간식(누룽지, 땅콩, 멸치 등)은 인기 폭발이어서 줄을 세워 친구들에게 나눠주어야만 한다고 자랑이다. 이렇게 예쁜 모녀와 살을 맞대고 살 수 있는 난 정말 행운아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복은 주니엄마, 그리고 주니와 함께 이 가정을 통해 시대를 위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라고 부르신 것일게다. 그래, 겸손하고 성실하게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복음의 충만한 것을 우리 가족이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또 우리 가족을 통해 이 땅에 나타내시기를 기도한다.(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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