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하우스
2023.10.09. 부부하이킹 #17-19(운탄고도 4-6길) 본문
(2025.02.12. 작성)
운탄고도4길은 약 29km로
앞선 1-3길에 비해
거리가 긴 편이에요.
그래서 박아빠와 김엄마는
출발을 하루 앞둔 10월 8일,
주일 예배를 마치자마자
영월로 출발했어요.
도착시각 오후 5시 막 넘었는데
이번에는 청령포 가는 배를
탈 수 있었어요.
청령포는
경주의 삼릉과 같이
하늘로 뻗은 소나무가 멋진
유원지 같지만
몇 백 년 전 이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유배지였어요.
첩첩산중 오지로 유배 온 단종이
이처럼 제대로 된 집에
기거했을 리 없겠지요.
1996년 홍수에 떠내려간
단종어소를 재건할 때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지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어요.
단종이 유배할 때
이 갈라진 소나무 사이에 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이 소나무는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하여
관음송이라 이름 붙여져요.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에 둘러쌓여
마치 반도와도 같고
남쪽은 기암절벽과 산에 가로막혀
배를 타지 않고 출입이 불가능한데다
호랑이 등 맹수가 득실거려
아무도 다가갈 수 없었다고 해요.
그렇게 쓸쓸히 죽어간
단종의 시신조차
세조가 무서워 어느 누구도
수습하지 못할 때
영월 호장 엄홍도가
장례를 치뤄주었다고 해요.
요즘 계엄과 탄핵 관련해
국가 지도층과 엘리트들의
얼척없는 모습과 태도를 목격하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권력이 뭐라고...
그나저나 영월의 명물 동강다슬기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비주얼 때문에
좀 거시기 했어요.
마침 저희가 방문한 날이
지역 축제날이었어요.
노래자랑 무대도 마련되고
아이들 탈 것도 준비되고
먹거리 장터도 많았지만
저희는 카페에서
디저트와 음료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이른 아침
운탄고도4길 도전에 나서요.
정선 예미역에서 출발하여
화절령까지 이르는
약 29km의 거리에요.
험난한 산악길은 아니지만
30km 가까이 트레킹한 적은 없었기에
전날 영월에서 잠을 자고
이침 일찍 트레킹에 나선거에요.
돌아올 때는
사북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예미역까지 올 예정이에요.
타임캡슐 공원 초입까지
공도 옆 인도를 따라
약 5-6km의 길을 걸어야만 해요.
이제 공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포장된 임도를 따라 가요.
운탄고도 도전에 나서며
이처럼 탁트인 풍경을
가끔 만나는데요,
빽빽한 나무 숲,
가파른 한국의
여느 등산코스와 달라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돼요.
이곳은 새비재 정상의
타임캡슐공원이에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바로 이 소나무 아래에
타임캡슐을 묻었더랬지요.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임도를 따라 왔지만
출발지에서 예까지
벌써 10km 넘게 왔어요.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가도 나타나지 않는
인증 스탬프 때문에
맘을 졸이며 가는 중
드디어 반가운 주황색을
발견했어요.
도장을 찍고나니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요.
야생화도 예쁘고...
뱀까지도?
ㅋㅋㅋ
이날 운탄고도4길에서
뱀을 두 번이나 만났어요.
바가지까지
갖추어져 있지만
음용불가의
약숫물이에요.
역시나 이날도 열일한
헬리녹스의
체어원 되시겠어요.
길이 넓지요?
이 길을 따라
아무리 걸어도
운탄고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는데
일단의 MTB 그룹이
떼를 지어 라이딩 하는걸
목격했어요.
가을 단풍이
조금씩 들고있어요.
본격적인 단풍철에는
날씨가 훨씬 추워질테고
옷도 늘어나고
배낭 무게도 늘어나
트레킹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이제 4길의 종점에 왔어요.
30km에 이르는
하이킹을 무사히 완수한
박아빠와 김엄마 모두
대견해요.
사북에는
3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있던
아는 형을 만나러 왔었는데요,
그때 어두운 하늘과
마을 옆 개천의 검은 물,
그리고 검은 흙과 돌 때문에
한없이 우울해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박아빠와 김엄마를 기다리는
더 우울한 소식이 남아 있었는데요,
사북역에서 회절령까지
택시가 오지 않는다는 거에요.
트레킹을 마치고
회절령에서 사북역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는 계획이 좌절되고
5km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김엄마는 그만
무너져내리고 말았어요.
이 길을 보면
누가 예까지 택시를 몰고 오겠어요?
1-4길을 마친 현재,
운탄고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이 좀 있어요.
하나는 도착지에서 출발지로의
회귀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20-30km 트레킹 거리에
소변을 해결할 화장실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박아빠와 김엄마는
지금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요?
ㅋㅋㅋ
이제 2주가 지나고
박아빠와 김엄마는
다시 사북을 찾았어요.
지난번 회절령에서
걸어내려왔던 길을
차로 오른 뒤
적당한 위치에 주차를 하자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패딩을 꺼내입고
모자와 후드를 덮어쓰고
1-2km 오르자
다행히 눈은 그쳤어요.
오늘 운탄고도5길은
회절령에서 만항재까지
임도를 따라
15.7km의 거리를 가야만 해요.
도롱이연못은
1970-80년대
동원탄광에서 무연탄을 채취할 때
굴진으로 지반이 내려앉았고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긴 연못인데
언제부터인가 도롱이들이
살기 시작했대요.
1177갱은
(주)동원 사북광업소에서
이 지역 최초로 개설했던 곳으로
갱도초입부를
복원한 것이라고 해요.
(자료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갱도를 따라 광부들이 드나들고
굴착이 진행되며 진동이 생기고
그 여파로 땅이 침하되어
도롱이연못이 생겨날 때
광부들과 그 가족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도롱이연못이 생겨난 후 아내들은
남편들의 무사고를 기원하며
이 연못에서 기도를 했고
도롱뇽이 생존하는 한
탄광 사고가 없을 거라고 믿어
연못에서 도롱뇽을 찾았다고 해요.
그래서 운탄고도5길은
'광부와 광부 아내의
높고 애틋한 사랑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것 같아요.
이른 아침 함박눈으로
하늘과 땅이 뒤덮였는데
저 멀리 먹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보여요.
만항재에 가까와질 때
풍력발전기 바로 옆을
지나쳐 가는데요,
큰 날개가 회전하며 내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에요.
저 날개를 돌릴 정도라면
이곳의 바람 세기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가요.
운탄고도 4길과 5길은
석탄산업이 활황을 누리던 당시
만들어진 도로로
이 길을 따라
트럭들이 드나들며
검은 석탄을 실어 날랐어요.
그러나 지금은
MTB가 오가고
저희처럼 등산객들이 오가는
관광지로 변했어요.
이제 운탄고도5길
도착지인 만항재에 왔어요.
만항재는 해발 1,330m로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에요.
그래서인지 가벼운 차림에
역방향으로 산책하는
많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어요.
만항재는 조선초기
경기도 광덕산에 살던 주민 일부가
정선에 이주해 살면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며
가장 높은 이곳에서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소원을 빈 장소라고 해요.
(자료출처: 강원도민일보)
지난 1-4길의 하이킹 때문인지
5길은 체감상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어요.
그러나 만항재는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야생화를 보기 위해,
구름과 안개를 보기 위해,
태백산과 함백산 설경을 보기 위해
목적을 갖고
다시 찾아야 할 곳 같아요.
다시 시간이 20여일 지나
뿌리산악회 회장님 부부와 함께
만항재를 찾았어요.
박아빠와 김엄마의
운탄고도 트레킹 이야기에
두 분도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거에요.
이렇게 적혀있어요.
"운탄고도는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오직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존재했던 길이다.
이 길을 걸었던
탄가루로 뒤범벅이 된 채
땅 속 수 킬로미터에서
'검은 다이아몬드'를 캐낸
수많은 광부들의 숨결이
운탄고도 1330 곳곳에
스미어 있다."
길을 잘못 들었어요.
이번에도 트레일이 아니라
태백 선수촌까지
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어요.
카카오맵이나
GPX 파일 등은
공도 옆에서 이어지는
운탄고도 트레일을
명확하게 구별해주지 못하기에
공도를 갈 때도 있고
우연히 팻말을 발견하면
다시 트레일로 접어들기도 해요.
이윤휘 권사님은
절반 즈음 왔을 때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털썩 주저앉았는데요,
다시 돌아가느니 마느니 하다가
백집사님의 꾐에 넘어가
끝까지 완주하기로 했어요.
이제 딱 절반 왔어요.
자작나무숲은
조성된지 아직
오래지 않아보여요.
강원도 인제의
승입니다.
자작나무숲 이후부터의 길은
비교적 평탄한 트레일을 거쳐
태백 시내로 이어져요.
저희도 피곤했지만
불편한 신발을 신고
예까지 최선을 다하신
이권사님을 위해
커피샵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 원샷 때리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태백 시내에 들어왔다고
6길이 끝난것 처럼 방심하면
큰 코 다쳐요.
태백을 감싸고 도는
황지천 뒷 편으로
해발 1171m의
연화산이 있는데요,
6길 종착지까지는
연화산 기슭을 오르내리고
황지천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만 해요.
드디어 도착했어요.
운탄고도 6길
20km의 여정은
장장 7시간에 걸쳐
마무리되었어요.
이윤휘 권사님은
도착지점 150m를 앞두고
버스정류장에 주저앉았는데요,
아마 바로 앞이
목적지라는 것을 아셨다면
좀 더 힘을 내
인증사진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아빠와 김엄마도
수고 쫌 했어요.
운탄고도 1-6길의
여정을 계획하고
박아빠가 움직이도록
도발한 김엄마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황지시장에 왔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던차
강원도에 왔으니
옹심이를 먹어야한다는
김엄마의 주장에
부산감자옹심이 집에 들어왔어요.
그러나 옹심이는 재료가 다 소진되어
결국 장칼국수를 먹은 뒤
택시를 타고 만항재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박아빠와 김엄마는
2023년 10월 1일부터
2023년 11월 11일까지
엿새 동안 112.5km에 달하는
운탄고도 1-6길을 안주했어요.
저희 사진과 소감은
운탄고도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고,
저희는 7-9길까지 완주하고 싶지만
이 글을 쓰는 2025년 2월에도
여전히 미개통으로 남아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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