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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하우스
20260302 나주 (2) 담양 소쇄원 본문

3월 2일 월요일,
대체 공휴일이라
나주에 하루 더 머물러요.
그리고 월요일은
목사님들에게 안식일이에요.
이제 진정으로
박목사님 내외분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침 일찍 저희 부부는
호텔 바로 앞의
빛가람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더 운치있어 보이는
갈대숲이에요.

빛가람호수공원의 전망대가 있는 언덕은
나주 혁신도시 내 가장 높은 곳이에요.
평야의 광활함을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전라도는
신비스런 곳이에요.

공휴일 이른 아침,
비가 와서 그런지
유난히 사람이 없어요.
저희 부부는
호수와 언덕을 중심으로
길을 잘 만들어 둔 이곳을 샅샅이 훑으며
한 시간 훌쩍 넘는 시간 산책을 했어요.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트램이 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지붕이 씌워진 또 다른 길이
트램과 나란히 나있어
오르는 내내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박아빠는 저거 혹시
미끄럼틀 아니냐고 했었는데
맞아요.
돌 미끄럼틀이에요.
김엄마는 싫어하겠지만
확인하는 순간 이미 이리로 내려가기로
결정했어요. ㅋㅋ

나주 혁신도시는
여러개의 공기업이 중심이 되었는데
그 중심은 한국전력과
농어촌공사에요.
그리고 길을여는교회의 많은 분들이
이들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해요.

자, 여기가
돌미끄럼틀 타는 곳이에요.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이라
운영을 안하면 어쩌나 했는데
문을 열었어요.
요금은 1인당 1000원이에요.

엉덩이를 보호하는 반바지를 입고
다리와 발을 감싸는 부츠를 신어요.
그리고 팔꿈치 보호대와
헬멧을 쓰면 준비가 된 거에요.

김엄마가 먼저 출발하고
박아빠가 뒤이어 출발했어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몸을 눕히면 안되고
저렇게 앉아서 내려가야만 해요.
혹시 너무 빠르다 싶으면
발목을 밖으로 꺽어
미끄럼틀에 마찰을 일으켜 조절해야 해요.
재밌어요.
좀 더 속도를 내기 위해
뒤로 눕히면 짱 신나겠지만
하지 말라고 했으니... 쩝~

원래의 계획은
박목사님 내외분과 9시경 만나서
목포나 강진으로 놀러가기로 했지만
젊은 성도 한 분이 위독해
목사님 내외분이 심방을 가야만 했고
박아빠와 김엄마는
홍어거리로 나왔어요.
홍어거리는
자전거 영산강종주길에 붙어있어요.
황장로님과 수 개월 전
바로 여기를 지나갔었지요.

주차하는 순간 도로에서
화장실 찌릉내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해요.
전날 교회에서 만난 정집사님은
나주에 와서 홍어를 먹지 않으면
제대로 관광을 한 것이 아니라 했어요.
처음에는,
나주에 무슨 홍어?
홍어는 흑산도 아니야?
싶었어요.

그런데 나주는
영산포 홍어가 유명하다 해요.
영산포 홍어는
흑산도 홍어보다 더 많이 삭히고
그래서 흑산도 홍어는 초보자용,
영산포 홍어는 홍어 좀 먹는다는 분이
찾는다고 해요.
홍어가게 앞에도
흑산도 홍어와 영산포 홍어를 구별해
안내를 해두었어요.

그러나...
나주 관광 제대로 못했다 싶어도
김엄마는 절대 홍어 안먹을 것 같고
박아빠도 살짝 삭힌 홍어는 몰라도
제대로 삭힌 홍어는...
ㅋㅋㅋ
저거 먹고 SRT 타면
마치 두리안 들고 가는 것처럼
2시간 동안 제대로 눈총 받을 거에요.

전라남도 목포 일대에서
영산포는 내륙 가장 깊숙이
다다를 수 있는 포구여서
일찍부터 큰 장이 섰다고도 하고,
나주평야에서 수확된 곡식과
영산포로 집결된 해산물을
도읍지로 실어나르기 위한 조창이
고려시대부터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역사는 이어져
목포의 개항과 발을 맞추어
일제시대 수탈의 현장이 되었어요.

죽전거리는
지금보다 훨씬 활기가 넘쳤던 1960-70년대
새벽시장을 오가던 상인들이
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랬던 곳이라 해요.
나주시는 죽전골목을 포함한
이 일대 올드타운을 2019년부터
근대문화거리로 조성하는 중이라는데
7년이 지난 지금에 보니
매우 느릿느릿 진행되는 것 같군요.

죽전골목을 거닐다
예쁜 정원과 돌로 만든 벽이 인상적인
오래된 교회 건물을 만났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1908년 미국 남장로회 오웬선교사가
초가 한 채를 구입해
조선 야소교 영산포교회로 시작했다고 해요.
이 건물은
1949년 10월에 부지를 구입해 건축을 하였고
1960년 9월, 교회가 합동과 통합으로 분리되며
영산포교회(합동)는 이 예배당을 쓰고,
영산포중앙교회(통합)는 새로운 예배당을 마련해
나갔다고 해요.
교회 분열의 역사를 대할 때면
왜들 그러나 싶다가도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되어요. 흑흑~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 문학관이에요.
문학 아줌씨 김엄마도
문순태 작가나 타오르는 강이라는 소설을
몰랐어요.
1880년대부터 1920년대, 한국 근대 격변기에
영산강을 중심으로 노비 출신들의 삶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고 해요.
매주 월요일 휴관이라
들어가보지는 못했어요.

이 문학관의 건물은
나주 일대에서 가장 많은 농토를 소유했던
일본인 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이었어요.
주 건축자재는 일본에서 공수했다고 하고
일본의 목조 건축에 벽돌과 타일 등
서양식 조적조 건축술을 더해 지었고
2009년 나주시에서 이 집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박경리씨의 토지도 그렇고
조정래씨의 아리랑도 그렇고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토지 약탈과 경제 수탈은 놀라울 정도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사관이나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일제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일부 한국인들을 볼 때면
속이 터져 견딜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왜곡된 성경관에 근거한
편협한 역사, 민족 의식으로
교회가 이런 일에 앞장을 선다는 거에요.
비록
전도와 봉사와 교육과 선교 등
한국 교회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불균형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 교회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을 거에요.

이준 외과,
평화 여인숙,
88 이발관...
어쨌거나 저쨌거나
항쟁과 봉기의 고장 이곳 나주에서
70-80년대 옛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찬 바람과 비를 맞으며
걸어다닌 두 어 시간,
따뜻한 온기를 회복하기 위해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신식 건물의 세련된 카페를 찾아왔어요.

당을 보충하고
카페인으로 각성하고 있을 때
박목사님 내외분이
병원 심방을 다녀오셨어요.
병 때문에
육체의 생기를 잃어가지만
영혼의 빛으로 나아가길 애쓰는
환자와 가족들의 소식을 안고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이들 가족 위에 임하고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이
죽음을 넘어서는 부활의 소망을
소유하게 하시길 기도합니다.

점심 시간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영산강 종주 때 황장로님과 방문했던
담양 신식당이에요.
목포를 갈까,
강진을 갈까,
신안을 갈까 고민하다가
박아빠와 김엄마가
두 분을 모시고 담양에 왔어요.

대나무 죽통밥이에요.
나주곰탕도 맛있지만
담양죽통밥도 뒤지지 않아요.

떡갈비에요.
양념 범벅이 되어
과하게 단 떡갈비와는
차원을 달리해요.
담백하고 고소한 것이
아주 일품이에요.

맛 컬럼리스트 황교익씨가
2016년 TV 조선과 함께
이곳을 찾았었네요.
아마 지금의 황교익씨라면
TV 조선과는 아예
상종도 안할 것 같은 느낌이...
ㅋㅋㅋ

좀 늦게 출발해
담양을 둘러볼 시간이
넉넉지 않아요.
담양에서 단 한 곳을 방문해야 한다면
소쇄원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소쇄원이 좋다고
박목사님 내외분께
꼭 가보라고 해도
안 가볼 것이 99%라 판단해
이곳으로 안내했어요.

두 분 모습,
보기 좋아요.
이렇게 자주 두 분이서
여기저기 함께 돌아다니시길...

소쇄원은
빤쭈니 어릴 때,
아마도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 때
하동과 구례 등 남도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십 수 년 전의 좋은 기억에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았어요.
오늘은 빤쭈니 대신
박목사님 내외분이 함께 해요.

지나가다가
문화관광해설사 어르신께
붙잡혔어요.
사람도 없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겠다,
어르신이 저희를 후하게 평하셔서 그런지
너무 많은 지식을 주입해 주셨어요.
그 중 하나, 여기 대봉대는
봉황, 즉 어진 왕의 도래를 기다리는
염원을 갖춘 정자에요.

이곳을 지은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낙향해 이곳 계곡에
소쇄원을 지었어요.
맑을 소(瀟)에 깨끗할 쇄(灑)를 써
세속의 명예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깨끗한 자연 안에서 학문을 연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어요.
그리고 스승 조광조가 이루고자 했던
이상적인 유교사회를 실현해줄
성군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대봉대를 세우고
봉황의 먹거리를 위해
오동나무를 심었어요.


오곡문(五曲門)은
계곡물이 담장 아래 뚫린 구멍으로
다섯 굽이를 흘러들어온다는
의미에요.
어르신 말씀으로는
일본의 정원과 달리
산을 깍지 않고 축대를 세워 건물을 짓는다거나
계곡의 암반 위에 흙담을 쌓아
물길이 자연스레 흘러가게 하는 등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 정원의 특색을 볼 수 있다고 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어르신이 너무 많이 말씀해 주셔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어요.

제월당 뒤로
낮은 높이의 굴뚝이 보여요.
굴뚝이 높아야
온돌의 온기를 오래
그리도 떠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데
이곳 소쇄원은
너무 따뜻하면 학업에 방해가 된다하여
낮은 굴뚝을 택했다고 해요.
(이상 출처: 해설사 어르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선비의 상징
매화에요.
얼마전 김엄마와 대화하며
겨울부터 봄을 밝히는
꽃의 개화시기에 대해
얘기한적이 있어요.
늘 잊어버리니까
한번 정리하고 가자면,
한겨울에 동백과 매화가,
봄이 가까워지면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그리고 연이어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벚꽃이
피어나요.
그니까...
동백-매화,
산수유-생강나무,
개목벚 순으로 암기하기로...

제월당에서 바라본
광풍각이에요.
제월당은 주거 및 학습 공간,
광풍각은 사랑방 및 별채에요.
돈 많은 양반들에게나 가능했겠지만
한국 전통 주택의 기와와
낮은 담장의 멋을
박아빠는 좋아해요.
그리고 흙마당도 무척 좋아요.

산수유에요.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 헷갈리는 두 종자도
여기서 한번 정리하고 가요.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는 두 꽃은
산수유가 층층나무과,
생강나무가 녹나무과로
뿌리식물 생강과는 엄연히 다르며
가지나 잎을 꺽으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요.
산수유는 중국에서 약용으로 들여왔고,
생강나무는 국내 자생종이고,
산슈유는 마을에 군락을 이루고
생강나무는 산에서 자생을 해요.
산수유가 거친 줄기이고
생강나무는 매끈한 줄기이며,
산수유 꽃이 대롱대롱 매달린 느낌이고
생강나무 꽃이 둥글게 뭉쳐있어요.
(출처: 조선일보)
담에는 헷갈리기 없기~

저희 부부는
이번 소쇄원 방문이
무척 맘에 들었는데
박목사님 내외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사역에 너무 매몰되지 마시고
몸과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을 잘 활용하시고
관계도 잘 이어가시길 바래요.
양산보는 그런 의도로 지은건 아니겠지만
하나님은 소쇄원을 통해
박목사님 내외분에게
말씀하시는 바가 많으리라 믿어요.

이런,
제월당 마루 아래
냥이 팔자가 상팔자라고
눈을 게슴츠레 뜬
삼색고등어가 늘어지게 자고 있어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에요.
눈이 내릴 때 방문하면
또 다른 운치를 느낄 것 같아요.

짧았던 담양 방문을 뒤로하고
나주의 유명한 쌍화차 집을 찾았어요.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정읍 쌍화차의 1승이에요.

역시나 유명한 집답게
유명인의 사인이 있어요.
아나운서 손범수씨만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이 집 쌍화차
일품이에요.
용인 다유산방보다
몇 수 위에요.

그리고 이 가래떡,
정말 맛있어요.
가래떡도
두 번이나 주문했어요.
가게에서 판매하는
햇땅콩과 함께
맛난 주전부리로
저녁 식사를 대신해요.

이렇게 2박3일의
뜻깊은 여정을 마무리하고
나주를 떠나요.
그나저나
SRT로 여행을 해보니
앞으로 차몰고 예까지
못 내려올 것 같아요.
너무 편해요. ㅎㅎ

다음날 아침
관악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덮여있어요.
전날 나주에는 비가,
경기권에는 눈이 왔나봐요.
여독을 풀 겨를 없이
또 빡센 한 주가 시작이 되어요.
사역을 할 때나
사역을 안할 때나
늘 월요일 아침은 힘이 드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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