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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하우스
20260314 부부하이킹 #41 해파랑길 25 본문

주니하우스 대장냥이,
박노아 되시겠어요.
15살 할매가
요즘 어찌나 귀여우신지
말도 못하겠어요.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이
이틀에 걸쳐
포은아트홀에서 있었어요.
약 한 달 전
광교산 하산 때 수지성당 뒷 편에서
어쩌면 해피엔딩 광고를 보며
저거 보러갈까 했는데
진짜 가게 되었어요.
그러나 사람이 미어터지고
저희는 2층 제일 뒤,
구석의 표를 겨우 구할 수 있었어요.

작년 뉴욕에 갔다
박아빠만 먼저 귀국했는데
김엄마는 빤쭈니와 함께
토니상 6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브로드웨이의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들어왔어요.
어떻게 그리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지,
어쩌면 이리도 뛰어나게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지,
감동의 도가니였어요.
그런데 결말이
어쩌면 해피엔딩일까요?
박아빠에게는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박아빠와 김엄마는
3월 둘째주 금요일에
직장을 마치고 저녁에 출발해
울진에 가고 있어요.
3월 중순인데 경북은
눈 예보가 있었어요.
빤쭈니와의 톡 중
뉴욕이 아침 기온 20도에서
점심 영하 1도로 떨어지고
눈이 펑펑 왔다며
재난 영화 같다고 하길래
김엄마가 터널을 나왔더니
갑자기 눈이 쌓여있다가
고속도로에서 작은 길로 빠지니
눈이 사라졌다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빤쭈니 왈,
그건 공포영화라고... ㅋㅋㅋ

울진역이에요.
저희는 여기서 기차를 타고
기성역으로 가서
해파랑길 25길을 걸을 거에요.

울진은 처음 와봐요.
원래의 계획은
25-26길, 37km를 걷고
영주로 가서
김건일 목사님을 뵙는 거였어요.
그런데 장로님 내외분이 합세하시며
저녁 모임 약속이 앞당겨졌고
25길, 25km만 걷고
좀 일찍 영주에 가기로 했어요.

25길은
기성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울진 수산교에 이르는
평지 25km의 무난한 코스에요.
그런데 차량 회수를 위해
원점까지 돌아가려면
대중교통은 꽤 복잡한데다 오래 걸리고,
택시비는 3-4만원 가량 해요.
그런데 기차로는
19분, 1900원 밖에 되지 않아요.

기차는 아마
예전의 무궁화호 같아요.
실내도 깔끔하고 좋아요.

경북의 해변 마을은
강원의 동해안과 마찬가지로
태백산맥 줄기와 동해바다 사이
협소한 곳에 위치해
접근도 쉽지 않고
사람 살 수 있는 땅이
얼마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산불이라도 나서
마을로 들이닥치면
진짜 어쩌나 싶어요.

짧고 쾌적한 기차 여행 후
기성역에 도착했어요.
나주와 영주의 목사님들께
저희 소재지를 알리기 위해
사진을 찍어 톡에 올렸어요.
김건일 목사님은 저희가
기차 타고 영주로 가는줄 알고
혹시 데리러 가야하냐고 연락이 왔어요.
고것이 아니라
목사님 뵙기 전 가벼운 하이킹 하고
다시 차를 몰고 영주에 갈 예정인데
상세히 여정을 말씀드리지 않아
아마 당황하신 것 같아요.
심려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 드려요.

기성역에서
25길 출발점인
기성버스정류장까지는 약 1.5km,
걸어서 15분 정도 걸려요.
속초 해파랑길에서는 못 느꼈는데
고성과 동해와 울진의 해파랑길에서는
대한민국 지방에 사람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여요.
정말 아무도 없어요.

해파랑길 스탬프북은
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여권과 달리
유료 판매에요.
상하 두 권으로 되어있고,
여태까지는 파란색 하권을 썼는데
오늘 25길은 주황색 상권에 있어요.
두루누비 앱을 통해서
길 안내도 받을 수 있고
인터넷 도장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수첩에 직접 찍는
아날로그 맛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인적 드문 25길에
멋진 황토 기와집이 있어요.
조용하고 고즈넉한 이 동네에
그러나 만만치 않은 소음이 계속 일어요.

하늘 위로는
경비행기가 계속 떠다니기 때문이에요.
알고보니 인근에
항공사 입사를 준비하는
예비조종사들의 전문 훈련기관인
울진비행훈련원이 있어요.
그러고보면
뿌깊의 성수형제도
바로 이곳의 훈련 과정을 통해
아시아나에 입사했을까 싶네요.

찌뿌둥하던 하늘이 맑게 개여
대나무 숲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요.

기성역에서
기성버스정류장으로,
그리고 논밭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요.
언제 바다가 나오려나요?
그리고 여기 어드메에
따뜻한 모닝 커피 한 잔이
있을까요?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 멀리
사동방파제와 사동항이
보여요.

김엄마는
소나무 열매가
우리가 알던 솔방울이 아니고
더 예쁘게 생겼다며
사진을 찍어
네이버에 묻고 있어요.
당시 무어라 들었는데...
김엄마는 기억하고 있을까요?

눈과 맘을
시원하게 하는
푸른 동해 바다에요.
바람이 다소 불어
파도가 힘차게
일렁이고 있어요.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가 피었어요.
소쇄원 편에서 말씀드렸지만
꽃 피는 순서를 복습하면
겨울 동백과 매화,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리고 개목벚,
개나리(진달래), 목련, 벚나무 순이에요.
이 글을 쓰는
3월 26일 현재,
수리산에는 하루가 다르게
진달래가 퍼져가고 있어요.

아름드리 소나무,
사람의 관리를 받는 것 같은
모양이 신기한 녀석들이
동산 하나 가득 심겨져 있어요.

기성역에서 출발한지
1시간 30분 정도 경과했어요.
다시 바다를 마주했어요.

드디어
카페가 있을법한
리조트를 만났어요.
저희 두 사람 다
당과 카페인이 절실해요.

이곳은 대규모
카라반 캠핑장으로
풀빌라도 갖춰진 곳이에요.
지금껏 걸으며
어떤 사람도 못 만나다
이렇게 큰 문명의 흔적을 만나니
이런 곳에서 과연 장사가 될까 싶었지만
기우였어요.
겨울임에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묵고 있어요.

올덴 리조트
카페에요.
그러나 카페는
오늘 영업을 안한대요.
밖으로 나가 맞은편
리조트 내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역시 주인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하나 방황하니
주인장께서 지나가시다
무인 카페라고 알아서 결제하라고 하세요.
믹스커피 한 잔씩과
과자 한 봉씩을 샀더니
리조트 식당에서 먹고 가라고
안내하시고는 쿨하게 나가버리세요.

동해와 서해 모두
해송이 펼쳐진 해변길은
걷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아요.

아무도 못 만날 것 같은
해파랑길 25에서
사람을 만났어요.
저희보다 10살 정도 위로 보이는
어르신 커플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하셨어요.

한국에는
지진이나 해일이
없을 것 같지만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쓰나미 발생 시
대피경로와 대피장소 안내를
늘상 보게 되어요.
이 동네는
저 언덕 위 정자가 대피소에요.

바위와 소나무와
바다와 하얀 포말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울진의 망양이랍니다.
오가기 멀지만
울진은 며칠 머물
가치가 있는 곳이라 느껴져요.

황금대게상이에요.
대게는
그저 바다에서 사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나누어 놓은 행정구역 때문에
포항 대게와 영덕 대게와 울진 대게로...
가끔 찾아가는 포항 대게 사장님은
동해안 대게의 주산지는 포항인데
장사에 밝은 영덕 사람들이
영덕 대게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바람에
지금은 영덕 대게가 대세가 되었다고
볼 멘 소리를 하셨어요.
어쨌거나 담에 울진을 찾는다면
울진 대게를 맛보는 것으로...

바다 색깔이
투명하고 예쁜 것이
선명한 하늘과
잘 어울려요.

화장실에서 소변보며
동해안 바다를 볼 수 있는
망양 휴계소에 왔어요.
동해안 일주
자전거길 인증센터가 있어요.
황장로님과 함께
와야할 장소라는 의미에요.

드디어
제대로 된 커피를 먹어요.
올덴 리조트에서 먹은
커피 믹스로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요.

울진군의
25길을 걸으며
해안도로 옆에는
오징어 말리는
줄들이 늘어서 있지만
오징어는 한 마리도 없어요.
예전에는 오징어가 많이 난 모양인데
지금은 드문 드문 매장만 있을 뿐이에요.

오후 1시에요.
걸은지 4시간
경과했어요.
점심은
다이제 비스킷과 과일과
망양휴계소에서 산 커피에요.
풍경은 좋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해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어요.
25길의 대부분은
해안길 지방도로의
갓길로 지나가야 해요.
보행하기 아주 좋지는 않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바다와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사람 사는 흔적에
나름 운치가 있어요.

파도가 세고
바다가 깊어 보이지만
너른 백사장은
여름 관광지로
괜찮을 것만 같아요.
다만 주니하우스에서는
너무 멀어요.

물개바위에요.
물개는 영어로 Seal,
물범은 Sea Lion이에요.
덩치 차이가 나긴 하지만
한 눈에 봐 구별이
쉽지는 않은데
물개는 튀어나온 귀가 없고
물범은 귀가 툭 튀어나와 있어요.
2012년 샌디에이고 살 때
그리고 샌프란을 오가며
지겹도록 봤더니 감흥이 별로...
ㅎㅎ

삼척 촛대바위는 들어봤어도
울진 촛대바위는 들어보지 못했고
지나치면서도 이 바위가
촛대바위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망양정에 도착 후
사진을 보고
이미 지나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바위 위 소나무 때문에
이 녀석이 더 촛불처럼 보이기는 해요.

암수 고냥이 두 마리가
대낮 대로변에서
거사를 치르려다
적발 되었어요.
암놈은 아직 정신이 없고
숫놈은 경계하느라
눈이 동그래졌어요.
미안한 맘에
얼른 사라져 줍니다. ㅎㅎ

속초와 고성을 지날 때
길냥이들은 한결같이 다
깨끗하고 예뻤는데
울진의 길냥이들은
다 어딘가 아프고 불쌍해 보여요.

이제 거의
목적지에 다와가요.
망양정 해맞이 공원이에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안 바다에요.

관동팔경의 1경이라 하는
망양정은 공사중이라
가볼 수 없어요.
관동제일루라고
숙종이 친필로
편액을 하사했다고 해요.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얼마전
849km에 이르는
동서트레일이 개통되었다 들었어요.
여기 울진의 망양정과
충남 태안 안면도까지
트레일을 만들었고
숙식이 여의치 않은 특성을 감안해
백패킹이 가능하도록
코스 구성을 했다고 하는데
내년 몽블랑 둘레길 가기 전
텐트를 시험해볼 겸
한번 가봐야겠다 싶어요.

왕피천 케이블카에요.
영주에 가야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지만
늘상 케이블카는 잘 안타게 되네요.

여기도 구내염으로 아파하는
고냥이 한 마리가 있어요.
뒤에 있던 고등어도
그루밍을 잘 못해
지저분하고
불쌍하게 앉아 있어요.

왕피천 옆에는
소나무 군락이 있고
텐트 데크가 설치되어
캠핑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상하수도시설을 볼 수 없고
화장실도 멀찍이 있어
많이 이용을 할까 싶기는 해요.

왕피천을 따라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요.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 김엄마
수고했어요.
김엄마와 함께 하니까
이 먼 길 즐겁게 올 수 있었어요.

해파랑길 25코스의 종점,
그리고 26코스의 시점,
울진군 수산교에요.
여기서 울진역까지는
걸어서 2km 정도 더 가야해요.
박아빠와 김엄마는
기성역에서 시점까지,
그리고 종점에서 울진역까지
걸어가는 길을 포함해 이날,
27km를 걸었어요.

울진에서 영주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렸어요.
김건일 목사님을 찾아가는
저희 소식을 듣고
장로님 내외분께서
황송하게도
한우집으로 초대해 주셨어요.
해산물과 야채를 더 좋아하지만
저희, 고기도 잘 먹어요.
저희가 어찌나 잘 먹는지
장로님과 집사님이
저희 접시에 고기를
덜어주셨어요.
아이고 민망해라... ㅋㅋ

영주도 한우로 유명하다고 해요.
다만 소백산을 경계한
이웃 강원도 도시들이 워낙 유명해
그쪽 지역 브랜드로 합쳐져
나간다고 해요.

한옥집을 리모델링한
핫플 카페에 왔지만
일찍 문을 닫아
들어가지 못했어요.

장로님과 집사님 내외분은
이곳 영주 출신이세요.
집사님은 영주대광교회
주일학교 출신이시고,
장로님과는 영주시 교회
청년부 연합 모임에서 만나셨다고 하니,
대광교회 어르신들이
두 분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실까
싶어요.
현재는 두 분 모두 사업을 하시는데
하나님께서 직장과 가정에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두 분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의와 사랑을
이 땅에 실현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소은이 방에 왔어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마리 햄스터가
아래 위 각자 집에서
잘 생활하고 있어요.
이 중 한 마리는
용인에서 이사하던 날 사라졌다가
다시 들렀을 때 발견해
데리고 왔다고 했어요.
길지 않은 생,
목사님 가정에서
사랑과 행복과 사료를
듬뿍 먹고 지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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